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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87분간 25곳 '응급실 뺑뺑이'에 끝내…블랙박스 입수

김가영 2025-11-21 16:52 23


[앵커]

의료대란이 끝났지만, 의료현장 정상화는 아직 요원해보입니다. 최근 교통사고를 당한 60대 여성이 받아주는 응급실이 없어 결국 숨졌습니다. 87분 동안 스물다섯 개 병원에서 무려 서른 번이나 거절 당했습니다.

배승주 기자가 당시의 블랙박스를 단독 입수했습니다.

[기자]

구급차로 한 여성이 실려 들어옵니다.

오른쪽 발목부터 허벅지까지 붕대로 휘감았습니다.

구급대원이 응급처치를 시작합니다.

여성이 통증을 참지 못해 팔을 휘젓자 함께 탄 아들이 붙잡습니다.

지난 14일 오후 8시 24분쯤 경남 창원의 한 횡단보도에서 60대 여성이 1톤 화물트럭에 치였습니다.

목격자 : 일으켜달라 하고 이야기 하고 다 했어 본인이. {정신이 명료했네요?} 멀쩡했어요. 다 알아봤어요.]

구급대원들은 2분 만에 사고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구급차가 이후에 간 곳은 50미터 거리 이곳 119안전센터였습니다.

환자를 이송해야 할 병원부터 찾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구급대원-A 병원 통화 : {차 바퀴에 껴서 한 2~3m 정도 끌려가셔서 우측 다리 전체적으로 골절 추정되고 피부가 벗겨져서 근육이랑 인대까지 노출된 상황이고} 저희가 오픈 쪽은 응급하게 안 돼서 외상센터 안된다던가요?]

다른 병원의 답변도 비슷했습니다.

[구급대원-B 병원 통화 : {의식은 명료한데 바이탈은 측정 중이거든요.} {아이고. 양팔에 힘 푸세요. 아이고, 아야.} 네 여보세요 반장님 저희 교수님 확인했는데 저희가 지금 OS(정형외과)가 안돼서 죄송합니다.]

전화를 걸 때마다 돌아온 답은 '안 된다', '어렵다'였습니다.

아들도 힘을 보태봤지만 소용 없었습니다.

여성의 상태는 점차 악화됐습니다.

[당시 출동 구급대원 : 통증 때문에 힘들다. 살려달라고 너무 아파서 죽을 거 같다. 나중에는 그것조차 말 못 하면서…]

구급대원들은 가까운 병원부터 100km 떨어진 대구까지 응급실 25곳을 알아봤습니다.

30번에 걸쳐 환자를 받아달라고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했습니다.

'중환자는 수용이 어렵다'거나 '병상이나 의료진이 부족하다' 등의 이유였습니다.

[A 병원 : 저희쪽에서도 보기 어려운 케이스라고 합니다.]

[C 병원-구급대원 : {창원 관내에 받아주시는 병원이 하나도 없어요?} 하나도 없고요. 부산 권역 외상도 안되고 ○○ 외상도 안되고. 있는 병원은 다 전화했는데 뭐 그런 상황입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습니다.

여성은 의식을 잃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구급대원-C 병원 통화 : 지금 환자 상태가 멘탈도 좀 처지거든요. 원래 얼러트(명료) 하고 말도 잘했는데 드로우즈(반혼수 상태)하게 멘탈이 처지고…]

여성이 혼수 상태에 빠지자 그제서야 한 병원이 받아줬습니다.

처음 연락 땐 거절했던 병원 중 한 곳입니다.

사고를 당하고 87분이나 지나서야 겨우 병원 문턱을 넘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성은 치료 7시간 만에 결국 숨졌습니다.

[영상취재 김영철 영상편집 박수민 영상디자인 한새롬 이정회]

배승주 기자 (bae.seungju@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