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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뺑뺑이, 법 생겼지만 환자 여전히 표류

김가영 2025-10-10 09:41 4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 앞에 구급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 앞에 구급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뉴시스[데일리안 = 박진석 기자] 응급실 이송을 거부당해 환자가 길 위를 떠도는 ‘응급실 뺑뺑이’가 줄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적 장치가 마련됐지만 병상 부족과 인력난 등 근본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서 제도는 실효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국회입법조사처의 ‘응급실 뺑뺑이는 어떻게 막을 것인가 : 수용곤란 고지 지침의 쟁점과 실효성 확보 방안’에 따르면 응급실로 향하는 환자 가운데 119 구급차를 이용하는 비율은 22.4%에 불과하다.

심근경색·뇌졸중·중증외상 환자의 63.8%는 구급차로 이송된다. 생명이 위급한 상황에서 신속한 처치가 관건이지만 현실에선 구급대가 병원을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많다.

2022년 12월 이른바 ‘동희법’이 시행돼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의료를 거부할 수 없게 됐다. 그럼에도 응급실 재이송 건수는 2023년 4227건에서 2024년 5657건으로 1400건 이상 늘었다. 보건복지부가 2024년 4월 ‘응급실 수용곤란 고지 표준지침’을 내놨지만 하루 평균 17명의 환자가 2시간 이상 병원을 찾지 못하는 상황은 이어지고 있다.

지침은 병상 포화나 인력 부족 같은 ‘수용능력 초과’ 시에만 제한적으로 거절을 허용한다. 그러나 실제 재이송 사유는 전문의 부재, 일차 처치 완료, 병상 부족 등으로 다양하다. 의료현장에서는 절대적 인력난과 병상 부족이 해소되지 않는 한 환자 수용을 강제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해외에선 통합 정보시스템과 단일 조정기구가 병원 선정을 맡는다. 일본 오사카의 ‘오리온 시스템’은 실시간으로 환자와 병상 정보를 연계해 병원을 자동 배정한다. 영국은 응급서비스 통제센터가 중증도를 판정해 이송 병원을 결정하고, 독일은 중앙구조관리국이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국내 일부 지자체도 유사한 시도를 하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해 8월부터 119구급상황센터에 병원 선정 권한을 부여해 이송 지연을 줄였다.

전북은 ‘119구급스마트시스템’을 도입해 상황센터가 지휘소 역할을 맡고 있다. 경남은 이송 요청이 들어오면 관내 모든 응급실 경광등을 동시에 울리는 방식으로 신속한 결정이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입법 과제로는 119구급상황관리센터의 권한 강화를 위한 ‘119구조·구급법’ 개정이 꼽힌다. 또 응급실 수용곤란 고지를 실효성 있게 운영하려면 소방청 구급활동일지, 국가응급진료정보망(NEDIS),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청구데이터를 연계하는 통합정보체계 구축의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응급실 과밀화 해소와 소방 인력 확충도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야간·휴일 소아 경증환자를 맡을 ‘달빛어린이병원’을 늘리고 119상황센터 상담 기능을 강화해 불필요한 이송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다.

구급차마다 최소 3인 탑승 기준이 지켜지지 않는 현실도 개선이 필요하다. 병원 간 전원 체계와 단계별 응급의료기관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하고 이에 대한 보상책을 마련하는 것도 과제로 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