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소방관들의 사정도 비슷했다. 경기도의회 ‘경기 소방공무원 치유정책 연구회’가 경기도 소방공무원 6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0%가 최근 한 달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경험했다고 한다. 절반에 가까운 소방관이 우울감(45%), 수면장애(46%)를 겪었고, 죽음을 생각하는 소방관도 18.8%에 달했다.
![지난 7월 대구시 서구 이현동의 한 물류창고 화재 현장에서 진화 작업을 마친 소방관들이 장비를 챙긴 뒤 돌아가고 있다. [뉴스1]](https://imgnews.pstatic.net/image/025/2025/09/08/0003467381_002_20250908053228907.jpg?type=w860)
소방청도 소방관들의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찾아가는 상담실’은 지난해에만 7만9453건의 상담을 진행했다. 상담 인력도 2020년 72명에서 올해는 128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여전히 전국 소방관서(268개소)의 절반 이상에 상담사가 없다. 소방관들의 심리 치유와 회복을 지원하는 지자체의 트라우마센터도 경기도의 ‘119마음건강센터’ 한 곳이라고 한다.
소방관들이 마음 놓고 심리 치료 등을 받을 수 있는 환경도 필요하다. 상당수의 소방관이 “술 한잔하면 잊는다”는 식으로 트라우마를 대수롭지 않게 인식하고 있어서다. 한 소방관은 “주변에서 상담을 받는 것을 ‘나약하다’고 보는 시선이 있다”고 토로했다.
트라우마는 ‘상처’를 뜻하는 그리스어 ‘트라우마트(traumat)에서 유래한 단어다. 상처는 방치하면 곪는다. 다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계속 약을 바르고 치료해 완치시켜야 한다. 더군다나 소방관은 최전선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일을 한다. 지자체는 물론 국가가 앞장서서 이들이 마음의 병을 떨쳐내고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