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인력·예산 권한 복지부 집중…필수과 지원 속도 빨라질 듯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국립대병원이 40여년간 교육부 소관으로 운영돼 온 관리 체제를 바꾸고 보건복지부로 이관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단순한 부처 변경을 넘어 국립대병원을 지역·필수의료의 중추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국립대병원을 복지부 소관으로 이관해 지역 필수의료와 공공의료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하겠다"며 "국립대병원을 지역 거점 병원으로 육성하고, 지역·필수·공공의료 인력 양성을 위해 충분한 투자와 보상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현재 전국에는 서울대, 부산대, 전남대, 전북대, 충북대, 충남대, 경북대, 경상국립대, 강원대, 제주대 등 약 17개 국립대병원이 있다. 국립대병원은 그동안 의과대학 부속병원이라는 성격 탓에 교육부 소관으로 묶여 있었다. 교육·연구 중심 체계는 의학교육을 뒷받침하는 데 유리했지만, 지역 필수의료와 공공의료 수요 대응에는 한계가 컸다.
다만 이번 이관은 아직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 '국립대학병원 설치법'은 주무부처를 교육부로 규정하고 있어 법 개정 없이는 복지부 이관이 불가능하다. 현재 22대 국회에서 관련 개정안 6건이 발의돼, 지난 6월 교육위원회에 상정됐으며, 국무회의 의결과 국회 본회의 통과를 거쳐야 최종 확정된다.
수가·인력·평가·예산 권한이 한데 모이면 지원 방식도 달라진다. 전공의 정원 확대, 당직료 지원, 특수 장비 구비 같은 현장의 요구를 보험 수가와 연계해 보다 신속히 반영할 수 있어, 교육부 소관일 때 나타났던 단절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필수과 근무 여건 개선과 지방 거점병원의 역량 보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관은 의료전달체계 개편과 질 관리 강화로도 연결된다. 응급·중증 환자는 국립대병원이, 아급성·만성 환자는 지방의료원과 보건소가 담당하는 구조가 확립되면 권역별 서비스의 연속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환자의 치료 경로가 보다 분명해지고, 지역 간 의료 격차 완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아울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질 지표가 국립대병원 운영과 복지부 정책으로 곧바로 연계되면, 환자 안전사고나 성과 관리에 대한 피드백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는 평가다.
복지부가 직접 지휘와 재정을 투입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면 위기 대응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코로나19 당시 중앙정부와 국립대병원 간 조율이 지연된 경험을 고려할 때, 이관이 현실화하면 중환자 진료와 감염병 대응 속도가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지방 국립대병원 A 교수는 "국립대병원이 복지부로 이관되면 소아·산모 같은 필수과 지원책을 예산과 수가로 직접 연결할 수 있어 현장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며 "특히 지방 거점병원 입장에서는 의료 공백을 완화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 B 교수는 "연구와 교육은 장기적 안목이 필요한데, 복지부 이관 뒤 정책 목표가 우선되면 학문적 자율성이 약화될 수 있다"며 "의료 인력 부담이 더 커지면 전공의와 전문의가 현장을 떠나는 부작용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수도권 대학병원 C 교수는 "국립대병원의 복지부 이관은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방향 자체는 타당하다"면서도 "실제 운영 단계에서는 교육부와의 역할 조정, 병원별 재정 격차 해소 같은 세부 설계가 함께 마련돼야 제도 효과가 제대로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