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극에서의 생활은 저를 한층 성장하게 해 준 경험이었습니다.”
체감온도 무려 영하 45도, 여름철 3개월은 해가 지지 않고 겨울철 3개월은 어두운 밤이 지속되는 곳.
누구나 한 번쯤 가고 싶지만, 자연이 허락해야 밟을 수 있는 땅인 남극에서 전북소방관 중 유일하게 장보고과학기지 안전대원으로 활동한 한 이가 있다.
주인공은 바로 전북119특수대응단 특수구조대 이성철(38) 소방장.
16개의 건물과 24개의 관측설비를 갖춘 장보고과학기지는 지난 1988년 건설된 세종과학기지에 이은 국내 두 번째 남극 연구기지다.
특히 기존 세종과학기지에서 수행하기 어려웠던 고층대기과학과 빙하학 등 순수과학은 물론, 남극의 미생물과 천연물질 등을 기반으로 신물질·의약품을 개발하기 위한 다양한 응용 분야 연구가 진행되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18명의 인원으로 구성된 월동연구대가 편성돼 약 1년간 지구의 과거를 밝혀내기 위해 각자 맡은 업무를 수행한다.
소방청이 남극과학기지의 육상 안전을 책임지기 위해 119요원을 파견한 것은 지난 2014년부터이며, 이 소방장이 역대 9번째 파견자다.
지난 2021년 10월 파견된 이 소방장의 주요 업무는 18명의 구성원이 안전하게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기지 시설물 등의 파손으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었다.
이 소방장은 “남극 밤하늘은 은하수 배열이 엄청나서 순간순간 정말 평생 잊지 못할 순간들이 많았지만, 18명의 대원의 생명과 안전이 제 손에 달려 있다는 막중한 책임감에 잠을 설친 적도 많다”며 “이들이 남극이라는 혹독한 환경 속에서 1년간 다치지 않고 무사히 한국에 있는 가족에게 돌려보내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임무를 수행해 나갔던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기지에서 유일한 소방관이다 보니 급변하는 남극의 날씨로 예상치 못한 위험상황이 발생하면 항상 출동했다”며 “한번은 대원들이 연구를 위해 기지 밖으로 나갔을 때 기상악화로 저에게 설상차를 몰아 대원들을 데려오라는 지시를 받았다. 간신히 대원들을 태웠지만 날씨는 눈보라 등으로 더 악화하면서 자칫 길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도 속, 제가 이들의 유일한 ‘생명줄’이다 생각하고 정신을 바짝 차려 무사히 복귀를 했던 것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전북소방을 넘어 소방청을 대표해 남극에서 임무를 수행한 이 소방장은 이처럼 처음부터 소방관을 꿈꾸지 않았다.
이 소방장은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대학 병원 중환자실 등에서 약 4년간 간호사로 근무했다”며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다 보니 자연스레 환자의 구급활동일지를 접했고 이런 환자를 먼저 처치해 주는 것이 구급대원이었던 것을 깨달았다. 특히 무엇보다 환자가 위급 상황시 도움이 필요할 때 가장 먼저 도움을 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점이 구급대원으로부터 큰 매력을 느꼈다”고 활짝 웃었다.
이어 “최종 합격까지 1년이 걸렸던 것 같은데 쉬는 날 없이 퇴근 후 매일 앉아서 공부만 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1년의 남극 파견을 마치고 돌아온 근무지는 완주군에 위치한 전북119 특수대응단 특수구조대.
특히 응급구조사2급, 인명구조사2급, 화재대응능력2급 등 그가 취득한 자격증만 무려 20개에 육박하면서 구조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전국에서 단 3대 밖에 없는 다기능화학차를 운전하고 각 재난상황에 맞춰 물탱크·화학·배연차 역할을 수행한다.
또 실종자 수색을 위한 드론수색, 수난사고 시 보트운전 등 역할도 수십 개.
지금까지 이같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남극에서의 1년의 소중한 가치라고 자신한다.
이 소방장은 “1년의 남극에서의 생활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었다”며 “남극에서 펼쳤던 ‘구조정신’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고 구급대원으로서 한층 성장하게끔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안전한 전북, 도민의 안전한 일상생활을 위해 발로 뛰는 소방관이 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출처 : https://www.jeolla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75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