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디칼업저버 박서영 기자] 정부가 응급실 의료진의 진료 거부 사유를 구체화했다. 인력난 등을 이유로 진료를 거부해도 처벌받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련병원 전체가 이미 극심한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 환자들은 혹시 모를 남용 가능성에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3일 전국 17개 시도와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협회 등 의료단체에 ‘응급의료법상 진료 거부의 전당한 사유 지침’ 공문을 보냈다.
해당 공문에 따르면 응급의료기관이 인력이나 시설, 장비가 부족해 환자 진료를 거부할 경우 이는 의료진의 정당한 진료 거부 사례로 인정된다.
이러한 응급의료법 지침은 그동안 응급실에서 발생하던 환자의 의료진 폭행 사건 등을 줄이기위한 조치다.
또 지난 2월 전공의 집단 사직 이후로 실시되고 있는 비상진료체계 하에서, 과로를 호소하는 응급실 의료진의 숨통을 터주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개정 내용도 명확한 기준 없어
수련병원, 전부 인력 부족...언제든 진료 거부 가능

그러나 정작 개정 내용도 명확한 기준이 없기는 매한가지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응급 환자 입장에서는 의료진의 진료 거부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된다.
특히 환자들은 그동안 전공의를 중심으로 응급실을 운영하던 상급종합병원들이 전부 인력 부족 문제를 겪고 있음을 지적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모든 상종이 인력 부족을 이유로 언제든 진료 거부를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 19일 입장문을 통해 “한자·보호자의 폭행, 통신·전력의 마비, 인력과 시설·장비의 미비 등은 관련 지침이 없더라도 정당한 진료 거부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 정부가 정당한 거부 사유의 예시로 든 응급의료 자원의 부족 등은 판단의 명확한 기준이 없고, 이를 판단하는 주체도 정해져 있지 않아 또 다른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 정부가 의료계 눈치를 보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지난 2022년과 2023년 두 번의 협의체에서 논의한 응급환자 적정수용 관리 체계 관련 시행안과 이에 따른 응급실 수용 곤란 고지 관리 표준 지침을 아직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당 지침안에는 인근 모든 응급의료기관이 응급환자를 수용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어서 응급실 뺑뺑이 상황이 발생했을 때의 해결방안을 포함하고 있다.
환자단체는 “의료계에서 지침안 내용 모두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면, 반대하는 내용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다시 해서라도 지침안을 신속하게 발표하고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의료계 달래기’ 매진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추진 속도도 높인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병원 진료 거부를 당한 환자들이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 사망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정부가 환자단체에서 강하게 주장한 지침안에 대해 아직까지 뚜렷한 입장을 드러내지 않는 것도 환자단체의 분노에 불을 붙이는 실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5일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이번 연휴 기간 응급실 뺑뺑이 사례를 보면 수지 접합과 조기 분만, 신생아, 심뇌혈관 환자들이 대부분이었다”며 “중증·필수의료 의사들에 대한 불공정한 보상과 과도한 사법리스크가 해결되지 않아 필수의료가 무너지고 말았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사법리스크란 의료사고로 인한 의료진의 소송 부담을 뜻한다. 정부는 진료 거부 사유 구체화와 더불어 의료사고처리특례법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처럼 정부의 ‘의료계 달래기’가 지속되는 동안, 응급환자 수용이 어려울 시 병원에서 사유를 통보해야 한다는 환자단체의 주장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여기에 대한 해결도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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