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정윤식 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비강 스프레이형 아나필락시스 치료제를 최초 승인해 주목받고 있다. 반면 국내 제약사들의 자가치료용 아나필락시스 의약품 개발은 요원한 상황이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자가주사용 치료제도 1개 품목이 유일하다.
12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 FDA는 ARS 제약의 아나필락시스 치료제 ‘네피(Neffy, 성분명 에피네프린)’를 승인했다.
이 제품은 세계 최초의 스프레이형 아나필락스 치료제로 지난해부터 ‘일반의약품(OTC)’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이머전트 바이오솔루션스(Emergent BioSolutions)의 아편유사제 응급치료제 ‘나르칸(Narcan, 성분명 날록손)’과 같은 스프레이 장치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FDA는 네피가 스프레이형 특징을 가지고 있는 만큼 주사를 두려워하는 어린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ARS 제약은 오는 10월까지 더 낮은 용량의 제품의 FDA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제약사의 CEO인 리처드 로웬탈(Richard Lowenthal)은 네피가 나르칸처럼 식당 같은 공공장소에 응급키트로 배치될 수 있다고 시사하기도 했다.
아나필락시스는 알레르기를 보유한 사람이 특정 물질에 과민 반응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극소량의 접촉만으로도 전신에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난다. 즉시 치료할 시에는 문제없이 회복될 수 있으나 진단과 치료가 지연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 질환은 국내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팬데믹 시기 백신 관련 부작용으로 주목받았다. 일반적인 알레르기 질환에서는 항히스타민제를 사용하나 아나필락시스의 경우 에피네프린이 우선적으로 투여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7월까지 코로나19 백신 관련 아나필락시스 반응 및 아나필락시스양 반응 신고는 2465건을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아나필락시스의 치료를 위해 사용되는 에피네프린 주사 처치를 위해서는 의료기관 방문이나 응급구조사를 포함한 전문가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국내에서 처방되는 유일한 자가주사용 에피네프린 치료제는 비씨월드제약의 ‘젝스트프리필드펜150μg·300μg(성분명 에피네프린타르타르산염, 이하 젝스트)’다. 이 제품은 덴마크 제약사 ALK의 아나필락시스 쇼크 치료제로 비엘엔에이치가 공급하던 팬데믹 시기 백신 부작용 우려 확산에 따라 공급부족 사태를 맞기도 했다.
지난 2022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비씨월드제약이 판권을 인수한 젝스트를 퇴장방지의약품 목록에 등재했다. 퇴장방지의약품은 정부가 환자의 진료에 필수적인 의약품이 사라지지 않도록 최저 가격을 보장하는 의약품이다. 반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자가주사용 아나필락시스 치료제 개발은 요원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발표된 데이터와 연구 논문에서 아나필락시스의 증가세를 확인할 수 있다”며 “발생 시 쇼크사를 할 수 있는 급성 알레르기 질환인 만큼, 빠르고 간편한 자가 치료제의 보급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