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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칠 대로 지쳤다" 응급의학과 의료진이 응급실을 탈출하는 이유

임수연 2024-07-15 09:03 520

의료진
일명 '응급실 뺑뺑이'로 불리는 응급 환자 이송 지연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면서 정부는 대책을 제시했다. 하지만, 사태 해결에만 집중했을 뿐 실제 환자를 치료하는 현장 전문 인력은 고려하지 못했다. 결국 견디지 못한 현장 전문 인력들은 이탈했고, 인원이 부족해지자 응급실은 더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됐다.

개혁신당 이주영 국회의원은 지난 8일 국회정책토론회 '벼랑 끝 응급의료, 그들은 왜 탈출하는가?'를 주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소아전문응급센터 류정민 교수가 발제를 맡았고,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 대한응급의학회 이성우 정책이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 고은실 응급의료정책실장, 보건복지부 정혜은 응급의료과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소아응급의학과 전문의 이주영 의원은 "법안의 취지가 좋아도 현장을 모르고 낸 안은 잘못 발현돼 오히려 현장을 붕괴시킨다"며 "정부의 '응급실 이송 거부 금지' 방침은 환자를 치료하고 싶어도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을 무시한 정책으로, 의사가 대응하기 불가능한 상태에서 강제된 환자 수용은 의료 소송의 위험으로 이어졌고 결국 응급실 전문 인력이 현장을 떠나게 만들었다"고 했다. 이어 "오늘 토론회에서의 논의 내용을 바탕으로 1호 법안을 조속히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응급실 의료진이 꼽은 현장 이탈 원인 첫 번째, '사법 리스크'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응급의학과 교수들이 응급의료진의 현장 이탈 원인으로 제일 먼저 꼽은 것은 '처벌 위험'이다. 발제를 맡은 류정민 교수는 "지금까지 자부심으로 지속적인 인력 부족과 만성 피로를 버텨 왔는데, 최근 의료 사고로 인한 처벌 위험이 부각되면서 자부심을 상실한 의료진이 현장을 이탈하고 있다"며 "살리지 못한 것은 죽인 게 아니라, 사망하는 과정 중에 의사가 최선을 다해 개입했지만 사망을 막지 못한 것이다"고 했다. 류 교수가 공개한 의료정책포럼 자료에 따르면 한국 의사 기소율은 일본의 14.7배, 영국의 580.6배, 독일의 26.6배로 추정된다. 게다가 형사절차 진행 후, 민사상 손해배상까지 이중으로 이뤄져 의료진의 부담이 크다. 류 교수는 "2016년 11월 30일부터 환자 사망이나 1개월 이상 의식불명일 때 환자 보호자가 신청만 하면 자동으로 의료분쟁 조정 절차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며 "중증 장애나 사망하는 환자가 생기면 무조건 거쳐 가야 하는 과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기소되는 것 자체도 문제가 있지만, 기소된다고 하더라도 그 당시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잘 안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의료사고만 전담으로 수사하는 팀이 없다. 영국은 의료사고 전담 경찰 수사팀이 있어, 상황을 정확히 파악한 뒤 실제 과실이 크지 않다면 벌금이나 경고 정도로 끝난다. 류 교수에 따르면 미국은 의료 과실 자체에 형사 처벌이 거의 없다.

◇문제 제기만 십 년째… 의료진, 탁상공론에 지쳐
응급의료의 어려움이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됐는데도 불구하고, 개선된 점이 없다는 것도 응급의료 현장 이탈 문제를 부추긴 점으로 꼽혔다. 이형민 회장은 "십여 년 전부터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는 존재했다"며 "응급의료에 종사하는 의료진의 처벌 위험을 줄여주는 등의 정책은 눈에 띄는 성과를 보기 어려우니까 정책결정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마음 놓고 치료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으면 의사 수가 많아져도 소용없다"고 말했다. 개선 방법으로는 전문가 포함 장기 프로젝트로 해결책을 찾는 것과 확실한 보상 제공을 들었다. 이 회장은 "복지부 사무관이 2년만 하고 떠나니, 중요한 정책이 진행되다가도 연속성이 떨어지곤 해 프로젝트별로 담당자가 있으면 좋겠다"며 "보상은 진료과 기준이 아닌 중증 등급 기준의 상병 기준으로 수가 향상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성우 정책이사는 "응급의료기관의 현실적 자원이 유한함을 인식하고 치료에 대한 보상이 적절하게 배분되고 지원돼야 일선 현장에서도 힘을 낼 수 있다"며 "응급의료를 뒷받침하고 최종 치료하는 진료과를 비롯한 인프라에 대한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에서는 현장의 어려움에 공감하면서도 현재 진행하고 있는 개선책에 대해 발표했다. 정혜은 응급의료과장은 "응급의료 체계에 대한 개선이 세 가지로 좀 나눠서 추진되고 있다"며 "먼저 이송 지침을 만들고 광역 의료 상황실을 개소해 이송 체계를 개선했고, 두 번째로 권역센터와 지역센터 사이 전달 체계를 개선하고 있고, 마지막으로 응급실 과밀화 해소를 위해 국민의 인식 개선을 위한 홍보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이 의원이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는 개혁신당 허은아 대표, 천하람 원내대표, 이준석 의원 등 개혁신당 원내외 지도부가 모두 참석했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4/07/09/202407090177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