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심화과정 산업보건안전학과 DONGEUI INSTITUTE OF TECHNOLOGY


종이컵 유독물질 마신 직원 뇌사…법원, 사측에 집행유예·벌금형

임수연 2024-04-22 09:21 197


동두천의 한 중견기업서 종이컵에 담긴 유독물질을 마신 30대 여성 근로자가 뇌사상태에 빠진 사건과 관련해 회사 관계자들이 집행유예와 벌금형 등을 선고받았다.

21일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형사3단독(판사 정서현)은 화학물질관리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 A씨에 대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또 A씨의 상사인 B씨에 대해선 벌금 800만원, 해당 기업에 대해선 벌금 2천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6월28일 회사 실험실에서 광학렌즈 관련 물질을 검사하기 위해 불산이 포함된 유독성 화학물질이 담긴 종이컵을 책상에 올려뒀다.

당시 A씨 옆에서 현미경으로 검사하던 30대 여직원 C씨는 본인 오른손이 닿는 위치에서 종이컵을 발견해 이를 물인 줄 알고 의심 없이 마셨다.

C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 측에선 해당 물질에 어떠한 성분이 들어갔는지 모르고 있어 인공심폐장치(에크모·ECMO)와 투석 치료 등이 빠르게 이뤄지지 못했다.

결국 C씨는 맥박과 호흡이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사건 발생 후 현재까지도 뇌사상태에 빠져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C씨를 해치려는 의도성은 없었으나 유독물질임을 표시하지 않았고 적절한 용기에 담지 않았던 점 등 과실이 인정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2일 열린 공판에서 “피고인들은 장기간에 걸쳐 유해 화학물질 관리를 소홀히 해 피해자에게 회복 불가능한 중상해를 입혔다.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C씨의 남편은 재판장에게 발언 기회를 얻어 “아내가 여전히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있다. 저와 7살 딸의 인생이 망가졌다”고 울먹이며 단순한 실수로 치부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재판부는 “누구 것인지 확인하지 않은 채 마신 피해자의 실수를 탓하는 인터넷 댓글들이 좀 달린 걸로 알고 있다. 실수를 탓하기에는 사고가 발생한 실험실은 피해자의 팀에서 주로 사용하는 곳이고, 피고인은 거의 가지 않는 곳”이라고 말했다.